아들과 그 어머니간 군생활 편지
이등병==>
부모님 전상서!!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날 불초소생 문안 여쭙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잘 먹고, 잘 보살펴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갈 그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요.
이등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에서 소포로 온 네 사복을 받아보고 밤새 울었단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가 감기는 안 걸리고 생활하는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걱정 말고 씩씩하게 군 생활 잘 하길 빌겠다.
일병==>
어머님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제 무좀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부쳐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라도 뒤질지 모르겠습니다...
일병어머니==>
아들 보아라.
휴가 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한달 가계부의 정리가 안된다.
그래도 네가 잘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나쁘지 않구나
다음 휴가 나올때는 미리 연락주기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그리고 군복 맞추는 값은 입금 시켰으니 좋은걸로 하나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네 아빠 군대때는 그냥 줬다고 하덴데....)
상병==>
엄아 왜 면회 안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세 고생하는데...
어제 김일병네 엄마는 먹을거 잔뜩 사들고 와서 내부반에서 풀고 외박나가서 아나고에
피자 잔뜩 먹었다고 하든마....
엄마는 가끔 내 친엄마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드어. 투덜~투덜~
상병어머니==>
어제도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했는데 제발 이젠 그만하기 바란다.
어째서 너는 군대생활 하면서 전화를 그렇게 자주 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그넘의 휴가는 왜 그렇게 자주 나오냐? 누굴 닮아 저 모양이냐고 어제 아빠와 대판
싸웠다. 내가 이겨서 넌 아빠 닮은 것으로 결정이 났으니 그리알기 바란다.
병장==>
여긴 사람이 살곳이 못돼.
어떻게 군생활을 지금까지 했나 나개 생각해도 용해. 똥국을 너무 먹어 황달기가 돌아
미치겠어. 그리고 보내준 무스가 다 떨어 졌으니 하나 더 보내줘.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잡혀~ 그리고 놀라지 마.
어제는 내가 몰던 탱크가 뒷집어져서 고장이 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됀대. 백만원이면
어떻게 막아 볼 수 있을것 같은데.... 다음주까지 어떻게 안될까?
병장어머니==>
니 보직이 PX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땡크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은 말로 할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밖았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 던 방은 어제부터 창고로 쓰고
있다. 벌써 20개월이 다 지나간걸 보니 착잡하기 그지 없구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