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도(金塘島)/완도군
다도해 바다 신(神)들의 옷자락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푸른 도포자락 휘날리며 바다 위를 거닐 때마다 옷자락이 물결 되어 바다는 파도가 일렁이는가 보다
다도해에 수많은 섬이 있듯이 수많은 신들도 있어 만물창조 예술가처럼 바다를 캔바스로 하여 그림도 그리고 섬을 조각 공원처럼 조각도하며 일출 일몰을 조명 무대로 하여 빛과 운무의 마술도 한다.
장흥 회진항(會鎭港)에서 쾌속선을 타고 40여분 가면 완도군 금당도라는 섬에 갈 수 있다.
이곳은 예부터 금(金)이 여인네 댕기처럼 금맥이 있다 하여 금댕기 마을이라 하였는데 갯바람에 풍화되고 헤진 그물처럼 어촌마을이 화석이 되더니 금당마을로 변색되어 버렸단다.
금당도 신은 만물상 조각가이다. 금당도 갯바위를 바닷물로 씻고 헹구어 내어 천년세월 조각도로 깎고 또 쪼아 신이 빚어 놓은 걸작품 금당도의 적벽과 금당도의 절회암을 만들었으니 해금강에 버금가는 천불전(千佛殿)이요 크고 작은 괴석들은 죽은 돌이 아니라 이름으로 불려지니 할미바위, 조카바위, 남근석, 여근석, 큰바위 얼굴 등 인체 조각 전시장도 있고 악어바위, 코끼리 바위, 거북바위, 학 바위 등 조각 동물원도 있으며 부채바위는 갯바람을 일으켜 파도가 출렁이도록 부치고 있다
참으로 팔자 좋은 금당도 바다 신은 금당도와 득량만(得良灣)을 예술전시관으로 철따라 쉼 없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에도 금당8경(金塘8景)은 가히 명품 중에 명품이라
차우리 산정의 노송(老松)사이로 맑게 개인 하늘에 둥실 뜬 밝은 달을 보는 것이 금당 제1경이니 노송에 걸린 달, 하늘에 떠있는 달, 바다에 빠진 달, 그리고 술잔 속에 잠겨 있는 달, 나그네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달, 달은 하나인데 달그림자는 다섯이라
가학리의 이른 새벽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범종(梵鐘)소리 금당 제2경이니 사방팔방 바다 갯바람 파도소린데 그 사이로 은은히 들여오는 새벽범종 소리 나그네 가슴을 울리누나
세포리의 봄비, 채봉의 아지랑이 만물의 움트는 소리 듣는 것이 금당 제3경이니 사람 사는 촌에는 봄에 씨 뿌려 가을을 거두어야 하느니 씨 뿌리는 어촌 봄 풍경이 풍어 굿을 기약 하는구나
울포리의 녹음 우거진 저문 포구에 한가로이 돌아오는 돛단배를 보는 것이 금당 제4경이니 포구라는 것은 출발과 도착을 의미하는데 인생에서의 포구는 어디인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나그네의 고독을 더해 가는데 아, 저 멀리 저문 포구로 천천히 귀항하는 흰 돛단배를 보니 인생의 포구는 바로 「나」라는 것을 깨우치는구나
육동리의 기암절벽에 청풍으로 한들거리며 외로이 선 소나무 가지를 보는 것이 금당 제5경이니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외로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기암절벽에 소나무가 걸려있는 동양화가 군중 속의 고독을 말 하는구나
신흥리 저녁노을 섬 위에 붉게 물든 뭉게구름 천연화(天然花) 꽃이 금당 제6경이니라 사람도 색깔로 물들여지면서 한세상을 살다가나니 살다보면 왜 한이 쌓이는가. 어촌마을 어부들의 삶도 문학적으로야 신선들의 모습이지만 현실은 이상이 아니지 그래도 바다 속의 금댕기 찾아 일몰 햇살로 짠 헤진 그물이지만 삶의 바다에 드리워 건져 올려지는 것은 내일의 꿈 아, 꿈을 꾸자 꿈속의 풍경, 이 아니 선경 아닌가.
가학리 갯가에 노니는 학 낙조에 물들여 비치는 게 금당 제7경이니라 금당도 가학(駕鶴)마을은 이름 그대로 학이 멍에를 지고 있구나. 금당도 해신이 사랑하는 여신을 학으로 만들어 날지 못하도록 해안 적벽에 새겨버렸으니 바위 멍에를 쓴 새가 어찌 날까 가학리 바위 학아 나라라 하고 까악 까악(駕鶴 駕鶴) 울부짖는 학들의 울음소리 처량하구나.
봉동리에 우뚝 선 기암괴석들 그 사이로 퍼지는 목동의 피리소리 신선의 노래가 금당 제8경이니라 금당도 바다 신은 조각가라 했지 왼손에 파도 정 들고 오른손에 바람 망치 들어 천년만년 파도로 찍고 바람으로 쳐서 금당도 기암괴석들 가축으로 만드니 멀리서 보면 마치 득량만 푸른 바다 초원이 한가로이 풀 뜯는 목장(牧場)이어라
아하, 사람들아 그물만 건져 올리려 하지 말고 씨앗을 뿌려 가꾸어 보아라. 땅속에도 뿌리고 바다에도 뿌려라 인생이라는 터전에도 뿌리면 이 아니 좋을까
2003년 9월 30일 완도 금당도가는 쾌속선에서
나의 고향 금당도를 어느 여행가가 스케치해 놓은
글이 있어서 잠시 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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