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
촛불.폭력시위 보는 외국의 눈
松宙
2008. 6. 28. 10:33
촛불ㆍ폭력시위 보는 외국인의 눈 | |||||||||
"한국서 비즈니스 너무 불안해요"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지만 한국 경제성장 방해할수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무산땐, 한ㆍ미FTA 결국 종말이 올것 | |||||||||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시민과 언론들은 한국 내 촛불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폭력사태까지 연출되자 놀라움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반미시위 등 정치적인 차원으로 확대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초리다. 이처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것은 1987년 독재정권에 저항하면서 시위를 벌인 이후 처음이라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 내 외국인들은 촛불집회가 장기화되고 과격화되는 것과 관련해 사업차질 가능성에 대해 큰 물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독일 기업인은 "촛불집회가 격화되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한국에서 비즈니스가 잘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담당 톰 번 부사장은 27일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촛불시위가 단기적으로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번 부사장은 "최근 쇠고기 시위와 같은 국가주의적 분위기가 외국인의 경제 참여를 어렵게 할 수 있어 금융시스템 개혁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의회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쇠고기 수입재개 당사국인 미국 내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과격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잇달아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부 미국인들은 쇠고기 수출이 제동이 걸릴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인터넷 기사에 댓글로 올리기도 해 자칫 한ㆍ미 네티즌 사이에 감정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위 문화에 비교적 관대한 유럽에서 조차 시위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프랑스 시민은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로 한국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을 보고 놀랐다"며 "왜 시위를 하는지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선 상대적으로 보도횟수나 분량이 적은 편이다. 프랑스 언론만 하더라도 촛불집회 자체에 초점을 맞춘 기사보다는 정부 각료 사임과 그 배경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촛불시위 등을 간단하게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 레제코, 피가로 등이 모두 한국의 대규모 촛불집회를 보도하면서 한국에 관심 있는 프랑스인은 모두 알고 있는 상태다. 다만 촛불집회가 지속되면서 폭력적으로 변하는 과정에는 비판적이다. 한 프랑스인은 "촛불이라는 아이디어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일 수 있는 것은 한국 국민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아 처음엔 부럽기도 했다"면서도 "촛불 집회가 너무 오래 계속돼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일부이긴 하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과정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중국 일본 등에서도 시위 발생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반대하는 시위와 관련해 광우병에 걸린 소와 광우병에 대한 과장된 소문에 우려를 표시하거나 한국 정부의 강경대응에 대해 자세히 전달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미국 내 일반인 시각은 냉소적이다. UCLA에 재학 중인 루 헌터스 씨(24)는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정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한ㆍ미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한국 촛불시위 관련 기사에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한국산 자동차 수입금지로 보복해야 한다"는 댓글이 등장했다. 또 "우리는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금지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눈에 띄었다. 그레그 셰퍼 로욜라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 규모와 지속성이 놀랍다"며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종말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드 퍼스펙티브 통상전문가 게리 블루멘털 씨는 "산업 측면에서 볼 때 쇠고기를 약간이라도 수출하는 것이 전혀 수출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한ㆍ미 간 쇠고기 추가협상은)실용주의에 입각한 경제적 결정이었지만 정치적 측면은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달 중순 "많은 한국인에게 한국 정부 측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한 논란은 전적으로 국민 건강이나 과학 또는 경제에 대한 것이 아니며 대통령이 강대국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으로도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USA투데이 역시 사설을 통해 "한국 내 항의시위는 단순히 쇠고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한국인들은 미국 쇠고기업자와 미국 정부가 자신들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日 "시위 성격 변질됐다" = 발행부수 1위(1000만부)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1일자 신문에 '기초부터 알려주는 한국 쇠고기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된 특집기사에서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광우병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많은 중ㆍ고생들이 '키스만으로 광우병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된다'거나 '미국산 쇠고기는 우선 학교 급식으로 나온다'는 인터넷상 유언비어를 보고 모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를 주동한 단체 배후에 친북 세력이 있다는 일부 주장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 퇴진이라는 요구 자체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비현실적 주장이며 노조 관계자 등도 가세해 새로운 요구항목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위 성격 자체가 변했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3일자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발단이 돼 시작된 혼란은 외국인 투자자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 中, 한국 정부 강경대응에 초점 = 중국 언론은 한국 내 촛불시위에 대해 사실관계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촛불시위 불똥이 중국으로 튈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 쇠고기를 둘러싼 양국 간 마찰, 협상과정, 폭력시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엄정대응 방침을 주로 강조하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강조되면서 중국 네티즌들도 대체적으로 "한국은 무질서하다"는 반응으로 기울고 있다. 이는 한ㆍ중 FTA 체결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중국 측 이해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유럽, 비즈니스 위협 염려 = 한 독일 기업인은 "한ㆍEU FTA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 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믿을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인지 아닌지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될 것"이라며 "그에 따라 한국 경제에 변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프랑스 기업인도 "평화로워야 할 촛불 집회가 너무 오래 계속되고 다른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화한 대규모 촛불 집회가 사회 신뢰에 위기를 초래하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 최경선 특파원 / 로스앤젤레스 = 김경도 특파원 / 도쿄 = 김대영 특파원 / 서울 = 김성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