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이어져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공산품 관세를 낮추고 개발도상국의 농업보호를 허용하는 잠정 합의안까지 나왔으나 막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계 153개 국가가 한꺼번에 국제무역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이 좌절된 것이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아직 포기는 이르다”고 했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모처럼의 호기를 놓친 셈이다. DDA 협상은 우리 경제에 2.4% 정도의 성장 효과에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돼 왔다.
DDA 협상 실패로 도도하게 이어져 온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흐름은 복병을 만났다. 무엇보다 강대국들 사이에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세계 경제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원유·원자재 쇼크까지 겹쳤다. 저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과 총선을 앞둔 미국·인도는 표를 의식해 보호무역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집권할 경우 보호무역주의는 더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세계 경제가 나빠지고 자유무역마저 퇴조하면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다자간 국제협상이 수포로 돌아간 이상 남아 있는 효과적인 수단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뿐이다.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서두르고 유럽연합이나 중국과의 FTA 협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계가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나아가는 마당에 우리가 생존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번 결렬로 우리가 가장 약한 농업 분야는 개방 압력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농업 분야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올 들어 농·수·축산물의 적자만 150억 달러로, 반도체 무역 흑자의 두 배에 이른다. 그리고 국제 곡물파동에서 보듯 농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DDA 협상이 공전될 1~2년간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중앙일보 2008.7.31 발취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더(DDA) 무역협상이 8년만에 결렬로 귀결되면서 신 자유무역질서 확립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아래는 DDA 협상 결렬의 배경 및 전망에 대해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질의.응답(Q&A)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도하라운드란 무엇인가.
▲지난 2001년 협상이 시작된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이름을 딴 것으로, WTO 153개 회원국 간의 농업과 공산품, 용역의 자유로운 무역제도 창출을 목적으로 한 다자간 회담이다. 이는 국제무역 규제 규칙의 강화와 함께 수출업자들이 역외의 상품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세부적 이슈를 포괄한다.
--왜 깨졌나.
▲지난 수년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던 원천적 이유는 인도와 중국 등 신흥 거대경제권이 취약한 자국내 농업과 제조업의 보호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국 농업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는 대신 이들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했으며 양측은 이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빈국과 부국 사이의 갈등만이 이번 결렬을 낳은 요인인가.
▲아니다. 개발도상국들 내에서도 견해차가 존재한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등 농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들은 인도 등 나라의 농업시장이 더욱 개방되기를 원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부각되지 못했다.
--협상 재개는 언제쯤 가능할까.
▲몇몇 국가의 관료들은 가을에 협상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선이 끝난 뒤에야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뭐가 달라지나.
▲현재로선 그다지 많은 변화가 없을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도하라운드가 창출할 것으로 추산되는 부의 규모는 1천억달러(약 101조원), 전체 교역규모 대비 비율로 0.1% 수준에 그친다. 또한 세계의 최빈국들은 이미 선진국 시장에 대한 특별한 접근권을 누리고 있어 이들의 상대적 지위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왜 이렇게 효과가 미미한 것인가.
▲WTO의 협상 의제는 실제 각국의 관세 부과나 보조금 지급 비율이 아닌 한도(bound rates)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농업 보조금 한도가 144억달러로 책정돼 있으나 양호한 시장 상황 덕택에 현재 그 보조금 수준은 70억~90억달러 정도다. WTO의 협상은 그간 대부분 실제 관세나 보조금 비율보다 이같은 한도를 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렇다면 왜 굳이 협상 타결에 나서려 하는가.
▲이는 '보험'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한도가 정해지면 어느 일방의 관세 인상 정책이 연쇄적인 관세 인상으로 이어져 보호무역주의가 만연하는 파국적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앞서 프랑스의 패트릭 메슬랭 교수는 도하라운드가 보다 구속적인 협상(binding round)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WTO 규정 하에서 인도와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경제권은 언제든 농업 및 공산품 관세를 지금 수준의 세 배 이상 올릴 수 있어 자유무역주의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얘기다.
--WTO는 표류하게 될까.
▲즉각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지만 중기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WTO는 자유무역주의의 협상 테이블을 제공할 뿐 아니라 현 규정의 준수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쟁조정 창구의 역할도 해왔다. 추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각국은 현존하는 규정도 지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자력발전 30년과 우리의 방향 (0) | 2008.08.02 |
---|---|
고유가 시대의 대안은 원자력 (0) | 2008.08.01 |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살 길은 FTA뿐 (0) | 2008.07.30 |
80723 산동성해양핵전 기술협력 MOU (0) | 2008.07.23 |
촛불.폭력시위 보는 외국의 눈 (0) | 200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