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야기

소리없는 대 중국전쟁

松宙 2005. 10. 20. 12:24

 

지난달 10월27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에 있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선부. 제선부는 철광석과 유연탄(有煙炭)으로 쇳물을 만드는

제철소의 핵심 공정이다.

 

유연탄은 덩어리 형태로 쪄서 코크스(cokes)로 만든 뒤 용광로

에서 1200도의 열풍(熱風)을 가해 쇳물을 뽑아낸다. 제선부

곳곳에 ‘H2 프로젝트 2010’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다.

 

무슨 뜻인가 물어 보았더니 ‘세계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가진 중국

보산(寶山)제철소를 2010년까지 타파하자’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핵심부서에서 ‘중국업체 타도’란 구호가

걸리다니 충격적이었다.

 

보산강철이 포스코에 직원들 위탁교육을 보낸 것이 지난 94년인데….
제선부 한기원 기술개발그룹 리더는 “5년 이내에 보산을 능가하는

원가경쟁력을 갖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보산강철은 지난 98년 매산강철과 상해야금공사를 합병, 상해보강

(上海寶鋼)으로 재탄생했다. 회장은 62세의 셰치화(謝企花). 그녀는

“5년 내에 포스코를 추월하고 세계 최고 철강 메이커로 도약하겠다”

고 이미 선언했다.


포스코가 상해보강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렇다. 중국은 야금(冶金)

분야의 오랜 전통이 있고 쇳물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다. 상해보강

은 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상해보강은 대부분 자국산 원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포스코는 원료

의 전량을 수입한다. 포스코는 “올 들어 철광석은 70%, 유연탄은

120% 정도 가격이 올라 상해보강과 원가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해보강은 최근 새로 개발된 방법, 즉 코크스 대신에 일반

석탄을 밀가루처럼 빻은 미분탄(微粉炭)을 사용하는 기술도 뛰어

나다. 코크스를 사용하면 1t의 쇳물을 만드는 데 21만원이 들지만,

미분탄으론 12만~13만원이면 된다. 하지만 포스코는 미분탄 사용

비율이 40%선이지만, 상해보강은 50%선에 이른다.


인건비는 아예 비교가 안 된다. 상해보강의 인건비는 포스코의

4분의 1~20분의 1에 불과하다. 결국 제선부의 총체적 원가경쟁력

은 상해보강의 3분의 2 정도로 짐작됐다.


이에 따라 광양제철소는 원가절감을 위해 6시그마(100만개 중

불량품을 3.4개 이하로 줄이자는 경영혁신 기법)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