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교육 자료

특수학교 교단에 우뚝 선 '휠체어 선생님'

松宙 2011. 1. 3. 09:40
[사람과 이야기] 특수학교 교단에 우뚝 선 '휠체어 선생님'

파주 새얼학교 "송이호 교사"
"아이들 몸에 장애 있지만 마음엔 장애없게 돌봐주자"
뜻 나누던 선배 사고로 잃고 장애아동교실 이어받아 키워… 10년 경험 手記 최우수상 받아

지난달 12월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부모회 창립 25주년 기념 수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최우수상 송이호"라는 진행자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지체장애 2급인 송이호(40)씨가 휠체어를 힘껏 밀어 단상에 올랐다.

단상에서 하객 2000여명을 향해 상장을 흔들어 보인 송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송씨는 "특수학교(경기 파주 새얼학교) 정교사가 된 지 10년 만에 큰 상을 받았습니다. 먼저 세상을 뜬 임 선배와 함께 이 상을 받았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송씨는 지난 1989년 3월 강남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하면서 2년 선배 임성창(당시 23)씨를 만났다. 태어난 지 11개월 만에 소아마비를 앓은 송씨와 달리 비(非)장애인이었던 임씨는 "거동도 불편한 녀석이 대견스럽다"며 송씨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임씨는 "쉬운 책부터 보라"며 송씨에게 교재를 골라줬고, 송씨가 6층 강의실로 갈 때는 곁에서 부축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장애인부모회 창립 25주년 기념 수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파주 새얼학교 교사 송이호(오른쪽)씨가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제공
선배 임씨는 지난 1991년 졸업하면서 경기도 고양에 '샘터아동교육원'이라는 작은 조기교실(장애아동교육시설)을 차렸다. 먼저 졸업한 임씨는 "우리 특수학교 교사가 돼서 나중에 장애아동 치료교육센터 한 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송씨도 "졸업하면 곧 따라갈 테니 먼저 가 있어"라고 했다. 특수교육과를 일정 성적(B학점) 이상으로 졸업하면 교사 자격증이 나오지만 교원 자리는 워낙 적은 데다 송씨는 장애까지 있어 특수학교 정교사가 되기란 쉽지 않았다.

송씨는 1995년 경기 고양에 있는 한 장애아동교육시설의 교사가 됐다. 두 사람은 매주 만나 안부를 묻고 교재 연구를 함께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송씨는 "선배는 늘 '아이들이 몸의 장애는 있어도 마음의 장애는 없도록 우리가 열심히 돌봐주자'고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1999년 10월 28일 오전 임씨가 승합차에 장애 아동 5명을 태운 채 조기교실로 오다가 중앙선을 넘어온 시내버스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임씨와 아이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수업 중에 소식을 들은 송씨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임씨 빈소를 찾은 송씨는 "나 혼자 어떻게 감당하라고 먼저 갔느냐"고 임씨 영정을 붙들고 통곡하며 3일장 내내 빈소를 지켰다. 그런 그를 본 임씨 부모는 "먼저 간 아들의 땀이 서려있는 샘터아동교육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송씨는 사양했지만 눈물로 거듭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다.

샘터아동교육원에는 하늘로 간 다섯 아이를 제외하고 원생 다섯 명이 남아 있었다. 송씨는 "막막할 때마다 '선배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매달 20만원씩인 원비를 받지 않았고, 월 1회 학부모 공개 수업을 했다. 송씨는 "소문이 나서 원생들이 다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고 했다. 불과 1년 만에 원생 수는 25명이 됐다.

그때쯤 송씨 소식을 들은 경기 파주 지적장애아 특수학교 '새얼학교'에서 송씨에게 정식 교사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선배와 약속했던 특수학교 정교사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날 밤 송씨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선배가 가장 기뻐할 것"이라며 임씨를 위해 기도했다.

올해로 송씨가 새얼학교 정교사가 된 지 10년이 흘렀다. 지금도 송씨는 교내·외에서 '열심히 하는 교사, 친절한 교사'로 통한다. 동료 교사 최해경(40)씨는 송씨를 두고 "우리 학교 교사 52명 중 유일하게 장애를 갖고 있지만 수업 준비를 가장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했다. 정교사가 된 송씨는 임 선배와 장애아동 치료교육센터를 만들자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교내 인형극회 '끼'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매학기 인형극을 하고 있고, 방송으로 음악을 들려주거나 같이 배드민턴을 치며 아이들의 심리 치료도 돕고 있다. "몸이 불편한 나에게 선배는 제 두 다리나 다름없었어요.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제가 아이들의 든든한 두 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본 송교사는 나의 집안에 가까운 촌수로 동생뻘 되는 그이다. 비록 몸은 장애지만 매사가 긍정적이며, 활발하여 일반인 이상으로 활동적이며 심지어는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열성인 동생이다. 그의 생활이 귀감이 되어 잠시 내 블러그에 소개해 본다.